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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진개인전 'The Eternal Truth'






박 형 진 / Park, Hyung Jin

박형진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홍익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제품디자인을 전공하였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애니메이션 석사과정을 거쳐 동대학원 영상미디어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전공한 학문적 기반으로 연구를 거듭하여 디지털미디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표현기법을 적용한 미디어아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렌티큘러 재료와 미디어아트를 혼용한 기법과 Art+Technology 융합형 인터렉션 미디어아트를 구현한다. 국내 여러 미술관과 갤러리 및 독일 등 해외에서 전시하였고, 다수의 국내/해외아트페어에 참여하여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동숭아트센터, 대구은행 본사 등과 미국, 독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Louvre Abu Dhabi(U.A.E) 등 해외 미술관 및 여러기관에서 본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음.

‘가짜가 판치는 세상’

복제는 원본을 똑같이 만드는 것으로, 원본 없는 복제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가상 이미지의 등장으로 복제와 원본이 가지던 명백한 위계질서가 희미해 지는데, 이것을 장 보드리아르는 대상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미메시스(mimesis)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실제 대상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는 시뮬라시옹(simulation)이라 부른다. 본인의 작품세계는 바로 이 시뮬라시옹에서 출발하는데, 본 작품의 가상 이미지는 전통적인 예술의 이분법적인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만들어 내어 가시화하고 있다. 실재와 가상을 구별하는 형이상학이 사라진 시뮬라시옹의 시대에 본 작품의 가상 이미지는 무엇이 실재이고 가상인지 구분하고 선을 긋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하면서, 이같은 전통적 관점의 실재와 가상에 종말을 고하는 동시에 가상 세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박형진 직가트 중


박형진의 작품세계

실제를 방불케 하는 삼차원의 첨예한 조형세계

전통적인 회화가 평면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시각적인 일루전에 그쳤다면 현대적인 회화는 삼차원의 가상공간까지도 보여준다. 삼차원의 가상공간은 전자문명이 만들어낸 과학의 산물이다. 전통적인 회화와 마찬가지로 평면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의 세계는 현실에 필적한다. 색채와 원근 및 명암을 이용해 실제처럼 보이도록 하는 회화는 일종의 눈속임이지만, 디지털을 이용한 가상공간에서는 단순한 시각적인 착각이나 환영이 아니라 마치 실제인 것처럼 지각하게 된다. 다시 말해 현실과 가상공간의 차이를 분별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컴퓨터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가상공간의 세계, 즉 디지털의 세계는 상상의 세계를 실제처럼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디지털이라는 마법은 회화를 입체적인 공간에서 진일보한 가상의 공간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박형진은 디지털 기술을 통한 3차원 그래픽과 렌티큘러라는 재료를 이용하여 입체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렌티큘러는 일종의 필름과 유사한 재질이지만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평면적인 재료이다. 일반적인 대다수의 렌티큘러 작업은 두 가지 상을 겹쳐 놓고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게 된다. 하지만 3D, 즉 3차원 그래픽 기술로 발전시킨 그의 작업은 랜티큘러를 보다 실제적인 입체공간으로 만들어놓는다. 이와 같은 3차원의 가상공간은 랜티큘러라는 일종의 평면볼록렌즈를 수십 장 겹쳐놓음으로써 홀로그램보다도 더 실제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의 작업은 애써 현실적인 공간을 지향하려하지 않는다. 렌티큘러가 만들어내는 3차원공간은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다. 그러기에 보다 더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세계를 지향한다. 현실적인 공간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은 오히려 렌티큘러의 다양한 표현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를 빙자한 가상의 공간은 조형적인 상상에 의해 그 표현영역을 무한히 확장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어차피 가상공간이므로 비현실성을 강화함으로써 렌티큘러의 특징을 더욱 명징하게 부각시킬 수 있다.

그의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3차원의 렌티큘러 이미지는 평면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회화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입체적인 조형공간을 창출한다. 3D 안경을 쓰지 않고도 현실적인 공간에 필적하는 가상의 조형공간을 직접 목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면 위에 입체적인 이미지를 추구해온 회화의 입장에서 보면 렌티큘러를 이용한 3차원 공간은 충격 그 자체이다. 원근 및 명암을 이용한 착시현상이 아니라 마치 현실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은 내용상 자연적인 이미지와 인공적인 이미지로 크게 나뉜다. 자연적인 이미지는 자연에서 살고 있는 나무와 새 물고기 등 생물을 말하며, 인공적인 이미지는 공업적인 생산품을 말한다. 이 두 가지 소재는 그의 작품에서 서로 독립적이기도 하고 함께하기도 한다. 나무와 새와 물고기가 하나의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사실을 현실적인 상황으로 강제하는 것이 그가 지향하는 3차원의 조형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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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이 그의 작업은 이제까지의 렌티큘러가 만들어낸 깊이, 즉 입체적인 착시현상을 뛰어넘는 사실적인 공간감에 도달하고 있다. 거기에다 금속재질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표현 및 질감효과까지를 표현함으로써 가장 첨예한 조형세계를 걷고 있다. 그리고 이에 더해 관람자가 손가락 터치로 작품에 직관적으로 참여가 가능한 인터렉션까지 가능케 한다. 신항섭(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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